• 최종편집 2024-04-18(목)
 
유비무환(有備無患) ‘평소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위기가 닥쳐도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초등학생에게 아는 사자성어(四子成語)를 물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많이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과연 그만큼 실천은 하고 있을까?

적어도 바다에서는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모양이다!

여수해경에서 2014 ~ 2016년까지 3년간 처리한 해양사고 548건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사건은 “기관 고장 선박 구조”로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수로는 131건이다.

일주일에 1건 이상은 항상 고장 선박이 발생했다는 말인데 바다 한가운데서 선박 기관고장은 제2차 해양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해경에서는 다른 어떤 사고보다 신속히 대응하고 있으나, 사실 어민들과 선주들은 이런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럼 왜 선박의 고장이 위험할까?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바다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말 그대로 “고립”된다. 그나마 육지에서 가까운 거리라면 지나가는 선박에 구조요청 하거나 상황을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선박의 위치가 먼 곳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통신기나 휴대전화가 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육지면적의 4배가 넘는 바다의 크기(배타적 경제수역)를 생각하면 통신이 불가한 음영지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통신기의 고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제 어디서나 A/S가 가능한 자동차 고장과는 천지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선박의 고장은 위험하기만 할까? 경제적인 측면을 따져보자.

‘하인리히의 법칙(1:29:300)’이라는 것이 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많은 경고성 징후(300건)들이 있고 그 뒤에 작은 재해(29건)가 발생하며 마지막에 1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초적인 정비와 점검이 없으면 사소한 고장이 수시로 발생하여 들이지 않아도 될 비용이 생기고 이러한 사소한 경정비의 끝에는 결국 장비를 못 쓰게 되는 대형 장비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선주나 운영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장비, 점검’은 거창한 게 아니다. 평소 엔진의 윤활유나, 각종 필터만 제시간에 교환해 주더라도 엔진의 수명을 대폭 늘릴 수 있으며, 출항 전 ‘윤활유, 냉각수, 배터리 체크’ 같은 간단한 사전 점검만으로도 대형고장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사소한 습관 하나로 큰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장비 점검의 장점은 이것뿐일까?

아니다. 더 있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기관 고장 선박이 발생하면 해경의 적극적인 대처가 뒤따른다. 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 대처로 인해 다른 사고 선박의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소에 시동용 배터리를 점검하지 않아 발생한 사소한 사고로 인해 세월호 사고 같은 대형 참사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섬 지방의 응급환자 후송이 늦어져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물론 이런 책임들을 고장 선박에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관심으로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또는 국가의 행정력 손실을 막을 수만 있다면 실천해볼 가치는 소위 말하는 ‘충분함’을 넘어설 것이다.

사실 장비 점검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다른 분야는 차치(且置)하고 바다에서의 그것으로만 국한해도 얻게 될 이득과 비교하면 사소한 노력 따위는 정말로 미미한 것이다.

끝으로 처음에 떠올렸던 사자성어(四子成語)를 생각해 보자. 유비무환으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첫째 인명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둘째 선박의 수리비를 줄여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으며
셋째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과 행정력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근심이 없어지는 것은 보너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사자성어를 떠올린다.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니. 일석사조(一石四鳥)!
    
 
여수해경서 정비계장 경위 이태현 (2).png
 
여수해양경비안전서 정비계장 경위 이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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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비무환과 일석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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