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2015년 추석 연휴 때 확인된 지역 민심은 대체로 일치했다. 아이템으로는 혁신안을 통한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패권과 문재인 공천 권한 강화, 신당과 탈당, 선거구 획정 등이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나 주변을 취재해보면 이 같은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에 대한 민심의 반향도 대동소이했다.
호남의 민심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집중됐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들의 권한이 한층 견고해졌고 혁신안은 문재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혹평이 강했다. 이와 관련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반 친노 민심은 당연히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므로 탈당을 결행한 박주선 의원의 결단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신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내년 총선에서 본 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결기를 보였다. 반면 야권 분열을 우려하며 새정연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문재인 대표의 독주가 못마땅하나 그렇다고 분열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이다. 호남 민심은 상반된 반응이 엇갈리기는 했다. 그러나 호남을 파국으로 몰고 갈 친노 패권 응징을 위해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강했다.
이러한 호남 민심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으므로 별로 흥미롭지 못했다. 현역과 신당 주창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뜻을 펴려는 속성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엇갈린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신당 필요성과 분열 우려 견해 중 어느 쪽이 더 강하냐는 것이다. 신당 당위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훨씬 앞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펴는 사람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잔류를 희망하는 쪽 사람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예상했던 추석민심인지라 별다른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전 현직 광주시장들에 관해서도 의외로 관심을 보이는 이가 적지 않았다. 현재의 윤장현 시장이 갑자기 위장병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동정을 보내고 결과를 알고 싶어 했다.
행정 경험 부족으로 취임 1년간 시행착오를 보였으나 하계 대학축제에서 보여준 윤장현 시장의 역량이 기대감을 부풀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시민 참여 행정, 청소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구제를 위한 구체적 실행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호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시민 감사위원회 구성계획은 땅에 떨어진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기아차 100만대 시설 확충, 시민의 숙원인 군 공항 이전에 대해서도 윤시장이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의 평가에서 윤시장의 행정 수행 능력이 서서히 오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여론이다.
반면에 강운태 전 시장의 비리책임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광주시의 청렴도가 바닥세를 보인 것은 강운태 전 시장의 책임이 절대적이며 그 대표적 사례로 총인 시설과 갬코 사기사건을 떠올렸다.
총인 시설은 업체의 담합사실이 드러나 공무원, 교수, 브로커 등 모두 30여 명이 사법 처리되는 초유 비리 사태가 벌어졌다. 광주시 개청 이래 최대 비리커넥션으로 꼽힌다. 총인 시설 사건 녹취록 주도자가 밝혀져 구속됨으로써 비리 전말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장본인은 전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을 지낸 최 모 씨다. 강운태 시장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운태 시장과 전략적 관계이며 가까운 사이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의 사전 인지 여부, 나아가 연루 의혹까지 일었다.
갬코 사기사건은 강운태 전 시장이 취임 후 야심적으로 펼치던 산하 공기관의 사기사건이다. 이는 총인 시설 못지않은 지탄을 받았다. 이 사기사건으로 106억에 달하는 혈세가 날아가 기관장 등 극소수만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이 종결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광주 시민단체들이 다시 강운태 전 시장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갬코’(GAMCO) 진실규명 및 처리를 위한 시민위원회’와 참여자치21·광주경실련·민변 광주·전남지부·광주 시민사회단체총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3일 갬코 사업과 관련해 강 전 시장을 광주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민 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 대표 김 모 씨 등의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강 전 시장이 기소되지 않아 책임이 있는지는 재판부로서는 알 수 없다”고 여운을 남긴 점 등을 근거로 검찰에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투자기관이 광주시 예산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면서 광주시장이 몰랐다면 믿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요한 사업은 광주시 정책과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 왔고 특히 강운태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거액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갬코 대표가 강운태 시장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시민단체의 고발은 뚜렷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판단만으로도 고발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더구나 강운태 시장은 행정의 달인이고 부하 직원들의 업무 추진과정에서 호락호락 넘어가는 인물이 아니다. 시민단체가 고발이유에서 사업의 주체는 사실상 강운태 전 시장이었다고 밝힌 부분이 어찌 보면 핵심 팩트다.
이에 대해 강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민들께 사과하고 시장직을 떠난 뒤에도 자숙의 의미로 침묵했지만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시민 위 관계자를 고발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100억 원의 손실에 대한 책임 있다며 고발당한 강 시장으로서는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고발대로 배임 등의 형사 소추와 자칫 구상권까지 포함해서 재판이 진행될 경우 불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운태 전시장은 내년 총선에 대비 광주시 남구 지역구를 샅샅이 파고드는 열정을 보이고 신당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 국회입성 계획이 원천적으로 차질을 빚을지도 모를 사안이다.
강운태 전시장은 아들이 근무한 회사에 10억의 예산을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것도 갬코 고발 건 여론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3년 11월 강 전시장의 아들은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100% 출자한 광주문화컨텐츠투자법인(GCIC)이 10억 원을 투자한 A사에 근무하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사직했다. 갬코는 3D컨버팅기술 개발을 목표로 광주시 측 GCIC와 미국 측 K2AM이 합작해 만든 법인이다.
광주시와 K2측 간 소송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광주시는 투자비로 날린 금액 650만 달러(한화 약 65억 원)와 기술테스비 70만 달러(한화 7억 원) 외에 그동안 소요된 법인 설립 자본과 인건비, 재판비용 등을 모두 합쳐 110억 원을 날렸으며 이 가운데 4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결론 났다. 광주시 관계자는 "70만 달러 소송에 승소하더라도 재판비용과 회수금이 60%밖에 되지 않고 위약벌 소송 판결까지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 데다, 수십억 원대 재판비용, 승소 후 위약금 회수 가능성이 미지수다"며 조정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시는 "GCIC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못 하고 비전문가를 영입,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한 결과 110억 원에 달하는 재정손실을 입은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했던 강운태 전시장과 공무원 등에 대한 향후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국제적 사기극으로 끝난 이 사건에 대해 지역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강운태 전 시장을 고발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혈세 낭비에 대한 당시 책임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구상권 행사 등의 조치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치21은 지난 16일 "갬코 사건이 정리되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사후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대책과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및 문책이라는 정리절차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광주시가 진상규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 취하에 합의한 것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덮어버리려는 시도이다"며 "광주시와 시장은 갬코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및 책임추궁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광주시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소 취하 과정을 이끈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의 진상규명 노력과 강운태 전 시장의 자중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거액의 혈세 사기사건 책임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덮어버린다면 시정을 위해 필수적인 시민들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장애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민의 일반적인 여론도 사실을 밝혀 책임자를 가려내 문책하고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책무와 광주시민의 악화한 여론 현주소를 감안한다면 강운태 전 시장은 자중하고 고발 사건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악화된 시민의 여론을 되돌아볼 일이다.
뉴스호남 편집국장 길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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